[스크랩] 기타리스트의 숨겨진 또 하나의 손, 이펙트 페달
기타리스트의 숨겨진 또 하나의 손, 이펙트 페달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기타는 큰 의미를 지니는 악기입니다. 전통적인 어쿠스틱 악기로의 형태뿐만 아니라, 바디에 장착된 픽업(Pick up)을 통해 소리의 울림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게 되면서 더욱 큰 음량의 소리를 내는 일렉트릭 기타 모두, 대중음악의 시작과 함께 현재까지도 재즈(Jazz), 블루스(Blues), 컨트리(Country), 록(Rock), 팝(Pop), 레게(Reggae), 전자음악(Electronic Music) 등의 거의 모든 장르에서 사용되는 대중적인 악기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6현 기타부터 7현, 12현 기타, 또는 다양한 굵기의 현을 사용해 여러 음역대를 연주할 수 있는 기타뿐만 아니라, 두 개의 넥을 가진 더블넥 기타(Double-neck Guitar)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고 있습니다.
기타는 코드를 사용한 반주 연주와 솔로 연주 모두가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박자를 전담하는 악기는 아니지만, 리듬 커팅(Rhythm Cutting) 등의 리드미컬한 주법을 사용해 퍼커시브한 그루브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왼손의 운지법과 피킹 도는 핑거링 등, 오른손이 현을 튕기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느낌의 연주와 하모니를 동시에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운드는 기타 앰프(Amplifier)가 고음량으로 증폭시켜 공연장의 PA 스피커나 레코딩 스튜디오의 콘솔로 연결되어 우리가 공연이나 음반에서 듣는 그 기타 사운드로 완성됩니다.
하지만 뛰어난 뮤지션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사운드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법입니다. 일렉트릭 픽업과 진공관 앰프의 개발로 인해 많은 현실적 제약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들은 하나의 곡 안에서도 다양한 사운드를 펼쳐가며 곡에 날개를 달아주려 했습니다. 이런 창의적인 음악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기타 이펙트입니다. 현대의 기타 사운드가 그토록 다재다능한 이유는 다양한 이펙트와 장비를 이용해 톤의 느낌과 특정 음향 효과를 폭넓게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연장이나 스튜디오에서 기타리스트의 연주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발아래 놓인 각양각색의 스톰박스(Stomp Box)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조그마한 장비가 기타 사운드와 음악을 만드는 방식에 끼친 영향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더 대단합니다.
공연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종류의 이펙트 페달(Effect Pedal)
Great Sound, but Not Always
대중음악의 시초를 바라보는 견해는 다양하지만, 흑인음악이었던 블루스와 재즈가 대중화되어가면서 서서히 여러 조류의 음악으로 흘러들어 록과 팝의 영역에까지 확대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단순한 반주용 악기였던 기타가 점차 주요한 악기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기타리스트는 진공관 앰프의 볼륨을 최대로 올릴 때, 낮은 볼륨 값에서 만들어지는 깨끗하고 명료한 사운드에 과부하가 걸려, 거칠고 난폭한 톤의 왜곡(Distortion)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그들은 앰프 회로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만들어진 이 디스토션 사운드를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록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크고 찌그러진 사운드일수록 젊음의 반항과 분노와도 같은, 폭발적인 느낌을 더욱 잘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운드를 얻기 위해서는 언제나 기타 앰프의 볼륨을 최대치로 설정해야만 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한, 곡의 다이내믹을 살리기 위해서는 곡의 특정 부분마다 앰프의 깨끗한 클린톤(Clean Tone)과의 어울림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즉, 굉장히 멋진 사운드이지만, 언제나 이런 톤으로 연주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빈티지 진공관 앰프(Tube Amplifier)
그래서 탄생한 최초의 이펙터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퍼즈(Fuzz) 페달이었습니다. 앰프의 출력을 최대로 사용하지 않아도 인위적으로 앰프의 왜곡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며, 연주 중에도 간편하게 이펙트의 효과를 켜고 끌 수 있도록 바닥에 설치하는 페달의 형태로 완성되었습니다.
앰프의 클린톤을 사용하면서 발로 페달의 풋 스위치(Foot Switch)를 밟아 굉음의 디스토션을 곡의 필요한 부분마다 사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진공관 앰프 이후, 트랜지스터(Transistor)를 사용한 앰프가 개발되어 낮은 볼륨에서도 앰프 자체에 더 많은 게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 페달 이펙트는 유명한 앰프의 디스토션을 재현하는 용도로 확장되어 개발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초기의 이펙트 페달은 특정한 제조사에 의해 대량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유명한 기타리스트의 요청으로 그들의 전담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것으로, 이런 빈티지 오리지널 모델들은 현재에도 수천 달러의 가격을 호가하고 있습니다.
당대의 수퍼 밴드인 영국 출신의 야드버즈(Yardbirds)의 수많은 곡에서 사용된 ‘퍼즈 박스(Fuzz Box)’를 개발한 로저 메이어(Roger Mayer)는 훗날 레드 제플린(Led Zeppline)을 결성해 세계를 점령한 지미 페이지(Jimmy Page)와 록/재즈 기타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제프 벡(Jeff Beck) 등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록의 전설로 남은 천재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를 위해 옥타브 퍼즈(Octa-Fuzz) 사운드의 시초인 옥타비아(Octavia)를 제작했으며, 이 공격적이며 싸이키델릭한 기타 사운드는 그의 명곡 ‘퍼플 헤이즈(Purple Haze)’의 솔로 톤으로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그는 앰프 자체의 톤을 최대한 멋진 사운드로 만들었던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공격적인 이펙팅을 시도해, 전통적인 블루스 기타의 셋업을 탈피하려 했던 시도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놀라운 전기 엔지니어인 피트 코니쉬(Pete Cornish)는 최초로 페달 보드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가 제작한 이펙트 페달을 사용한 뮤지션은 비틀즈(The Beatles)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를 시작으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 후(The Who)의 피트 타운센드(Pete Townshend),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토니 아이오미(Tony Iommi), 퀸(The Queen)의 브라이언 메이(Brian May) 등, 전 세계의 음악 팬을 매료시킨 사운드의 장본인들입니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다양한 이펙트 페달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의 기타 페달
A Whole New World
이렇게 진공관 앰프를 최대 출력으로 사용하는 크랭크업(Crank-up)의 왜곡된 사운드를 간편하게 전환하기 위해 탄생한 이펙트 페달은 디스토션/오버드라이브(Distortion/Overdrive)의 영역에서 멈추지 않고, 레코딩/음향 기기가 담당했던 다이내믹스(Dynamics), 모쥴레이션(Modulation), 공간계(FX), 필터(Filter) 등의 사운드 프로세서(Sound Processor)로의 범위까지 더욱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레코딩 기술의 발전으로 스튜디오 작업에서 다양한 사운드 실험이 가능해지게 되었으며, 이는 뮤지션 스스로가 사운드 엔지니어링(Sound Engineering)의 범주에 들어서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사운드를 엔지니어나 프로듀서에게 요구하는 차원에서, 자신이 직접 원하는 톤을 완성하는 단계로 진화하는 것은 창작과정에 동반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이 과정에 기타 이펙트가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디지털 기반의 레코딩 작업이 보편화되어 누구나 ‘홈 레코딩(Home Recording)’을 시도할 수 있는 현재에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연주자가 원하는 사운드를 실시간으로 들으며(Real-time Monitoring) 레코딩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기타 이펙트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의 레코딩 환경에서는, 앰프와 기타만을 사용해 기본 톤을 정해놓고 가장 드라이한 클린 사운드를 녹음한 후, 그 결과물에 이펙트를 더하는 ‘포스트 프로덕션(Post Production)’ 방식의 스튜디오 작업을 통해 기타리스트와 프로듀서가 원하는 톤으로 완성해가는 과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연주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현재 연주자의 귀에 들리는 사운드와 긴밀한 상호작용을 하는 유기적인 창작 행위입니다. 굉음의 퍼즈톤에 테이프 딜레이(Tape Delay)가 더해져 환각적인 느낌을 내는 사운드를 연주자가 직접 들으며 연주하는 것과 평범한 클린톤의 사운드를 들으며 연주한 결과물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포스트 프로덕션은 가장 기본적인 사운드를 녹음한 후, 원하는 사운드로 완성될 때까지 다양하고 세밀한 에디팅과 이펙팅을 반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연주자가 사운드에 반응하여 표현하는 원초적인 소스의 중요함은 레코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기타 시그널을 변조하는 이페트 페달의 순서에 따라 사운드가 달라지기 때문에 더욱 다양한 톤 메이킹(Tone-Making)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일정 부분 이 이펙트 체인(Effect Chain)의 보편적인 순서가 확립되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타리스트는 여러 이펙트의 조합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톤을 만들거나, 이 과정에서 우연히 새로운 사운드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새로운 창작의 기폭제가 되어 새로운 곡을 탄생시키기도 합니다. U2가 1987년 발표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의 상징과도 같은, 전주와 도입부에 등장하는 청량하고 공간을 부유하는 사랑스러운 기타 사운드는 딜레이 이펙트가 없었다면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반 헤일런(Van Halen)의 ‘Ain’t Talking ‘bout Love’의 우주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명징한 기타 리프는 기타 시그널의 울림을 변조하는 플랜저(Flanger)를 사용해 창조한 것이며, 독특하고 존재감이 뚜렷해 많은 기타 팬들이 사랑하는 퀸의 브라이언 메이 사운드는 페이저(Phaser)와 함께, 기타 사운드의 전체 음역대중에서 고역만을 강조하는 트레블 부스터(Treble Booster)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U2의 기타리스트 엣지(The Edge)의 딜레이 시스템(Delay System)
기타 사운드의 메이크업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이펙트 페달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디스토션 계열
최초의 퍼즈 박스를 시작으로, 더욱 헤비한 음악을 위해 탄생한 디스토션 페달과 훗날 대량생산되는 이펙트 페달의 대명사가 된 보스(Boss) 사에서 이름을 붙인 오버드라이브 페달까지, 톤의 질감에 따라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고출력의 앰프에서 만들어지는 굉음과 왜곡을 재현하는 페달입니다. 또한, 이런 페달의 톤을 더 입체감 있게 만들거나, 클린톤과 디스토션 사이의 로우 게인 톤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부스트 페달도 같은 계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프로코(ProCo)의 디스토션 명기 랫(Rat)
다이내믹스 계열
다이내믹스를 더 강조하기 위해 제작된 이펙트로 레코딩 장비의 컴프레서와 맥시마이저, EQ와 같은 개념과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입력 신호가 설정된 값 이상으로 넘어가면 음을 압축해 더욱 단단한 사운드로 만들거나, 고출력의 액티브 픽업의 레벨을 조절하는 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그래픽 EQ 방식으로 전체 음역대의 특정 대역을 줄이거나 올려, 다른 악기와 음역대가 겹치는 현상을 방지하고 더 존재감 있는 사운드로 만들어 줍니다.
베이스 기타용 컴프레서(Compressor) 페달
모쥴레이션 계열
모쥴레이션이란 입력 신호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조시켜 공간/음정/레벨의 변화를 일으키는 페달로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코러스(Chorus): 기타의 원음과 울렁이는 신호를 미세한 시차를 두고 함께 내보내 코러스의 효과를 주는 이펙트입니다. 아름답고 몽환적인 사운드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며 아르페지오 주법이나 솔로 연주 시에도 특별한 느낌을 더해줍니다.
-페이저(Phaser): 코러스와 비슷한 구조이지만, 원음과 다른 위상을 가진 신호를 함께 내보내 전자음과도 같은 효과를 내는 이펙트입니다.
-플랜저(Flanger): 흡사 제트기 소리와도 같은 독특한 사운드를 만드는 플랜저는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두 개의 시그널을 내보내 이때 발생하는 위상 차이를 활용하는 이펙트입니다. 드럼 사운드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트레몰로(Tremolo): 원음의 레벨을 주기적으로 변화시켜 공간이 울렁이는 듯한 효과를 만드는 이펙트입니다.
-옥타버(Octaver): 원음의 음정을 기준으로 더 높거나 낮은 옥타브 음을 함께 내보내 더블링 효과와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이펙트입니다.
-피치 쉬프터(Pitch Shifter): 원음의 주파수를 강제로 변형시켜 음정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이펙트입니다.
롤랜드(Roland)에서 출시한 전설적인 코러스 페달 CE-1
공간계
공간계 이펙트는 시간차를 이용해 신호를 변조해 공간을 울리는 효과를 주는 이펙트입니다. 크게 딜레이와 리버브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딜레이: 원음을 설정된 시간 값에 따라 저장하고 지연된 음을 내보내 음향적인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이펙트입니다.이 두 음 사이의 시간차와 지연음의 반복 횟수, 레벨 설정에 따라 무한한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테이프 딜레이가 이 원형으로, 테이프가 연주되는 원음을 녹음, 저장한 후 내보내는 원리와 같습니다. 여러 대의 딜레이를 동시에 사용하기도 하며, 중요한 효과를 만드는 딜레이 타임(Delay Time) 기능을 보다 현실적으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발로 박자를 입력하는 탭템포(Tap Tempo) 기능이 추가되어 있기도 합니다.
-리버브: 딜레이가 원음과 지연음의 시간차를 이용한 것이라면, 리버브는 공간의 개념을 이용한 이펙트입니다. 즉, 딜레이가 메아리라면 리버브는 공간의 울림입니다. 자연적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음의 울림과 그 뒤에 발생하는 음의 잔향과 반사음, 그리고 소멸의 개념을 기타 사운드에 이용한 것입니다.
일렉트로 하모닉스(Electro Harmonix)의 딜레이(Delay) 페달 메모리맨(Memory Man)
필터
필터는 원음의 다이내믹스 또는 음역대를 조절해 만들어 내는 이펙트 페달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저음역대와 고음역대에 필터를 걸어 강조하는 와우(Wah-pedal) 페달과 저음, 또는 고음역대를 걸러내면서 특정한 공명효과를 더하는 로우패스 필터(LowPass Filter), 하이패스 필터(HighPass Filter) 등이 있습니다. 와우 페달은 기타 사운드에서만 사용되는 독특한 이펙트로 지미 헨드릭스의 ‘Voodoo Child’의 사운드로 유명하며, 스티브 바이(Steve Vai)나 조 새트리아니(Joe Satriani) 등의 솔로 기타리스트가 애용하는 이펙트입니다.
전설적인 와우 페달(Wah Pedal) 크라이 베이비(Cry Baby)
6. 기타
이렇게 다양한 이펙트 페달 외에도, 사운드의 변화를 위한 페달이 아닌, 연주와 악기를 사용하는 데 편의를 주기 위한 페달도 존재합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스톰박스 형태의 튜너를 들 수 있습니다. 기타는 정밀한 음정의 악기가 아닌 데다, 현을 끌어올리고 당기는 벤딩(Bending) 주법이나 비브라토 암(Vibrato Arm) 등의 사용으로 인해 자주 조율을 해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톰박스 튜너는 전체 시그널을 뮤트(Mute)함과 동시에 음정을 표시해줘 라이브 공연 중에서도 곡 사이마다 간편하게 튜닝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와우 페달과 비슷한 외형이지만, 특정 음역대가 아닌, 기타 사운드의 전체 아웃풋을 감쇠하고 본래의 레벨로 복귀시켜주는 볼륨 페달(Volume Pedal)도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는 여러 대의 기타를 동일한 앰프에 사용하는 경우, 간편하게 이 두 악기 사이의 인풋 시그널을 전환해주는 A/B박스(A/B Box)도 개발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수의 이펙트 페달을 사용하게 될 때의 단점인 여러 개의 스톰박스의 풋 스위치를 켜고 끄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이펙트 페달의 조합과 온/오프를 설정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페달(Programming Pedal)도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또한, 여러 개의 페달에 안정적이고 깨끗한 전원을 공급해 사운드의 질을 높여주는 페달 파워(Pedal Power)도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이펙터
이펙트 페달은 기본적으로 대부분 아날로그 회로를 사용해 하나의 페달이 하나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One Unit-One Function) 형태입니다. 물론,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는 이펙팅의 경우에는 플랜저 페달에 코러스 온/오프 스위치가 추가되는 멀티 펑션의 페달도 있지만, 메인으로 작동시키는 이펙트는 하나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래서 다채로운 사운드를 추구하는 기타리스트의 페달 보드에는 10개 이상의 이펙트 페달이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피와 무게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동시에 비용도 함께 증가합니다. 더불어 예전의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이제는 구하기 어려운 빈티지 부품은 물론이고, 새로운 기술로 제작된 다양한 기능을 가진 이펙트 페달의 가격도 계속 상승하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디지털 기술의 활용입니다. 아날로그 이펙트 페달의 사운드를 분석해 디지털 회로가 이를 재현하는 시뮬레이션(Simulation)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회로를 사용한 이펙터가 출시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공간계열의 이펙팅에 큰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연이어, 모든 종류의 이펙터를 하나의 본체에 집약시킨 ‘멀티 이펙터(Multi Effector)가 탄생했습니다. 이것은 이펙트 페달의 부피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사용상의 편의성과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 있는 장비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한,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불가능한 특정 이펙트의 설정값을 프리셋(Preset)으로 저장해 언제든지 다시 불러낼 수 있는(Recall) 기능도 디지털 이펙터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타리스트가 아날로그 회로 기반의 스톰박스를 선호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오버드라이브나 디스토션/퍼즈 계열의 사운드는 여전히 그 질감과 톤의 느낌을 디지털로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시뮬레이션 기술은 오리지널 아날로그 사운드를 비슷하게 흉내 내는 것뿐이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기타리스트가 흔히 사용하는 댐핑(Damping)이라는 용어는, 사운드 레벨의 데시벨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운드의 밀도감이나 음압, 기타 톤의 질감 등에 대한 말입니다. 이것이 뛰어날수록 더욱 존재감이 있고 톤의 캐릭터가 살아나는 좋은 사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디지털 이펙터가 극복해야 할 오래된 숙제입니다.
디지털 회로가 사용되는 멀티 이펙터
다시 한번 새로운 미래로
페달 형태의 기타/베이스 이펙터의 탄생으로 인해, 많은 연주자는 두 손으로 연주에 집중하면서도 곡의 부분마다 드라마틱한 사운드를 사용하여 더 많은 음악적 표현을 할 수 있었으며, 이것은 곡 자체의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거대한 테이프 머신(Tape Machine)이 만들 수 있는 테이프 딜레이나 테이프 역회전 효과(Reverse Effect) 같은 고난도의 이펙팅도 이제는 자그마한 스톰박스 하나로 언제든 원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스톰박스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요?
앞서 언급했듯, 초기의 이펙트 페달은 대부분 엔지니어가 특정한 기타리스트를 위해 수작업으로 맞춤 제작(Customizing)한 페달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페달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대량 생산 체제로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제조사로는 일렉트로 하모닉스(Electro Harmonix), 보스(Boss), MXR, 아이바네즈(Ibanez), 던롭(Dunlop) 등, 아주 다양하며 각자의 대표적인 모델은 그 시대를 풍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음악 산업의 규모는 최고조에 오르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세션 연주자의 수요도 함께 늘어납니다. 또한, 영국의 브릿팝(Brit-pop)과 미국의 얼터너티브/그런지(Alternative/Grunge) 계열의 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더욱 개성 있는 캐릭터와 고품질의 이펙트 페달을 원하는 기타리스트가 많아졌습니다.
대량 생산되는 이펙트 페달은 특별한 개성을 살린다기보다, 가장 보편적이며 대중적인 사운드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며, 원가절감을 위해 저렴한 부품을 사용한다거나 회로 기판의 와이어링(Wiring) 등의 세부적인 만듦새(Build-quality)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공산품 이펙트 페달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핸드메이드(Handmade)로 상징되는 부티크 페달(Boutique Pedal)입니다. 이는 기타 앰프 시장에서도 동일한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대량 생산되고, 유지 보수에 이점이 있는 트랜지스터 기반의 하이게인 앰프가 쏟아지면서, 오히려 예전 방식의 진공관 앰프를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하는 부티크 앰프의 출연이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아이바네즈(Ibanez)의 명기 TS-808
부티크 페달이라고 불리는 이런 수작업 페달들은 대량 생산으로 얻는 수익 창출 방식을 배척하고, 모든 제작 과정을 고품질의 부품을 사용해 수작업으로 완성하여 고가에 판매하는 정책을 지향했습니다. 또한, 특정 사운드를 완성도 있게 복각한다거나, 대중적이진 않아도 전혀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등의 차별화된 페달들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기타리스트의 지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즉, 이런 부티크 페달 제조사는 두 가지의 성향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빈티지 사운드에 대한 기타리스트의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역사적인 빈티지 사운드’의 완벽한 재현을 목표로 삼는 페달 메이커입니다. 이러한 제조사에서 생산된 페달은 50~60년대의 거칠고 따뜻한 오리지널의 톤에 보다 더 가깝게 다가서는 동시에 불필요한 노이즈를 줄여주었기 때문에, 공연뿐만 아니라 레코딩에서도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사운드 복각’이 목표가 아닌, 스스로가 ‘오리지널’이 되는, 전혀 새로운 사운드와 기능을 탑재한 페달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이들은 특정 앰프나 빈티지 이펙터의 사운드를 재현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대신,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컨트롤 기능을 가진 페달이나 사용자의 조작에 따라 더 광범위한 사운드 레인지를 가질 수 있는 자유도를 가진 이펙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벡스(Z-vex)의 새로운 형태의 트레몰로(Tremolo) 페달
최근의 부티크 이펙트 페달 브랜드에서는 음향 업계에서의 실질적 경험이나 뮤지션 경력은 물론이고, 정식으로 전자/전기 공학을 전공한 탄탄한 배경을 가진 엔지니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떠오르는 미국의 부티크 페달 브랜드인 페티존 일렉트로닉스(Pettyjohn Electronics)는 세계 최초로 오디오 기기에서는 최상급의 부품으로 취급받는 버브라운(Burr Brown)의 칩과 OPamp 등을 페달 이펙트에 탑재해 이펙트 페달의 단점인 좁은 헤드룸(Head Room)을 광범위하게 확장시키고 다양한 연결 옵션 등을 추가해, 기타나 베이스뿐만 아니라 마이크,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아웃풋 등, 악기의 종류나 연결할 수 있는 외부 사운드 소스의 한계를 넘어서는 페달형의 드라이브/부스트 페달을 개발하기도 했으며, 이는 스튜디오 레코딩 장비의 수준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스톰박스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스튜디오용 프리앰프(Microphone PreAmp)나 컴프레서(Compressor), EQ 등의 랙(Rack) 장비를 생산하는 챈들러(Chandler Ltd)와 BAE Audio(British Audio Engineering), API 등의 전문 레코딩 장비의 제조사에서도 페달 이펙트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장비 수준의 페티존 일렉트로닉스(Pettyjohn Electronics)의 프리드라이브 스튜디오(PreDrive Studio) 페달
또한, 디지털 레코딩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다양한 루프 스테이션(Loop Station) 계열의 페달 이펙트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페달이 마치 하나의 레코딩 머신처럼 작동해, 설정한 시간만큼 연주한 부분을 녹음해 저장하고 사용자의 조작에 따라 무한정 반복 재생(Looping)할 수 있으며, 이 루핑 트랙 위에 새로운 연주를 더블링(Dubbling)해 트랙을 계속 쌓아가면서 하나의 곡을 실시간으로 작곡, 연주할 수 있습니다. 더욱 적극적인 창작과정이 가능해 풀 밴드의 포맷이 아닌 솔로 아티스트나 듀오의 경우에는 더욱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운드 실험이 가능한 루프 스테이션(Loop Station)
이렇게 발전되어 온 스톰박스 형태의 이펙트는 기타리스트나 베이시스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신서사이저(Synthesizer), 일렉트릭 피아노(Electric Piano), 보컬, 콘트라베이스(Contrabass)나 어쿠스틱 기타, 심지어 아쟁이나 거문고 같은 우리의 전통 악기에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악기가 가진 고유한 캐릭터와 음색이 중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완성하는 도구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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