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자연스레 묶여지는 짝짓기 놀이 협립, 신광, 닥스... 상표별로 색깔별로 끼리끼리 길게 늘어선 우산 속 여기저기서 땅콩처럼 사소한 대화들 우산 끝에 뚝뚝 떨어졌다 검표원에게 걸러지자마자 빨려들듯 도망치듯 빠르게 흩어져 더듬더듬 후레시 아래 좌석을 찾으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광선이 비로소 먼지 같은 삶을 산란시켰다 틴들현상이 계속되는 동안 나는 내내 최면상태였다 산다는 건 너무 축축해요 영화처럼 살고 싶으시군요 시뇨리따 시뇨리따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여자가 내 머리위로 뛰어갔다 그 위로 새가 날고 발치께선 바람이 일었다 오징어 문 비릿한 입에서 누군가 뱉는 신음소리 주루룩 팝콘이 쏟아졌다 이러려고 왔니? 한구석에서 서로를 탐하던 사람들은 이미 경솔한 결말을 꿈꾸고 바닥을 기어 나갔다 나는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영사실 늙은 기사의 식사가 끝날 때쯤 릴 테잎 헛도는 소리 아이들 몇이 장대비 내리는 3류 극장 낡은 스크린에 뛰어올라가 그림자를 비추며 키득댔다 눈물로 혹은 웃음으로 영화를 평하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극장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눅눅해진 땅콩은 어색한 만남처럼 잘 까지지 않았다 좋은 글 중에서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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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린왕자의 들꽃사랑마을
글쓴이 : 김종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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